상속세 분쟁에서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입장은 늘 평행선을 달립니다.
이 사건에서 납세자는 낼 필요가 없어진 세금이라도 상속 당시에는 빚이었으니 공제해달라고 주장하고, 과세관청은 실제로 부담하지 않은 채무를 공제해 주는 것은 조세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맞섭니다.
1심 법원은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2심(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뒤집고 납세자의 승소를 선고했습니다. 1심과 2심의 판단이 왜 달라졌는지, 그리고 이 판결이 갖는 실무적 의미는 무엇인지 정리해 드립니다.
(서울고등법원 2022. 5. 25. 선고 2021누66601 판결 [상속세부과처분취소])

목차
사실 관계
① 2007. 8. 및 12. (사건의 발단)
피상속인(망인) F는 주식회사 G의 대표이사였습니다. 그는 H 등에게 G 주식 5,000주를 1주당 378,000원에 양도했으나, 양도가액을 낮게 신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양도소득세를 과소신고했습니다.
② 2010. 12. 1. (상속 개시)
피상속인 F가 사망했습니다. 원고들은 피상속인의 양자녀들로서 상속인이 되었습니다.
③ 2011. 4. ~ 8. (1차 과세 시도와 철회)
중부지방국세청장은 주식변동조사를 통해 피상속인의 양도소득세 과소신고 사실을 확인하고 피고(강동세무서장)에게 통보했습니다. 피고는 2011. 7. 15. 피상속인 앞으로 약 10억 원의 고지서를 보냈으나, 피상속인이 이미 사망하여 반송되었습니다. 당시 상속인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자 피고는 8. 12. 부과처분을 철회했습니다.
④ 2011. ~ 2016. (유류분 소송 및 상속세 신고)
원고들은 피상속인으로부터 토지를 증여받은 사단법인 등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긴 소송 끝에 2016. 7. 원고들의 일부 승소가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들은 반환받게 된 유류분에 상응하는 상속세 신고를 하였습니다.
⑤ 2017. 12. (2차 과세 처분)
원고 A가 유류분 판결에 따라 반환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신고하자, 피고는 세무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후 피고는 원고들을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여 2007년 귀속 양도소득세 약 14억 4천만 원(가산세 포함)을 부과했습니다.
⑥ 2018. 11. (절차적 하자로 인한 취소)
원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납세고지서에 상속인별 납부 세액을 특정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부과처분을 취소했습니다.
⑦ 2019. 6. (부과제척기간 만료로 인한 취소)
피고는 절차를 보완하여 2018. 11. 30. 다시 양도소득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이번에는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부과제척기간)이 이미 지났다며 다시 한번 부과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로써 원고들은 양도소득세 납부 의무를 최종적으로 면하게 되었습니다.
⑧ 2019. 9. 5. (상속세 부과 처분)
양도소득세를 걷지 못하게 된 세무서는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취소된 양도소득세액(약 14억 4천만 원)은 상속인들이 갚을 빚이 아니므로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상속세 과세가액 3억 5천만 원 → 17억 9천만 원). 이에 따라 상속세 과세가액을 증액 경정하여 원고들에게 상속세 약 4억 5천만 원(가산세 포함)을 부과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상속 공제 대상인 공과금(양도소득세 세무)을 위와 같은 사례에서도 공제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후발적 사유(부과제척기간 만료)로 인해 결과적으로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세금도 상속세 계산에서 공제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과세관청은 실제 부담하지 않은 채무를 공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 반면, 원고들은 사망 시점에 존재했던 빚이라면 나중에 소멸했더라도 상속세 계산 시에는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제1심에서는 양도소득세가 상속세 신고 당시 아직 확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 공제할 수 없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제시하였는데, 이는 기존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반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상속 개시 당시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납세의무가 성립하였지만 아직 확정되지 아니한 세금 / 납세의무가 확정되었지만 아직 납부·징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세금 모두 공제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08두10904 판결)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아래를 근거로 내지 않게 된 세금이더라도 공제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심리불속행)
- 포괄승계의 원칙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 사망 당시 성립해 있던 조세채무 역시 상속인에게 승계된 것입니다. 비록 구체적인 액수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납세의무 자체는 존재. - 후발적 사정의 배제
나중에 부과제척기간이 지나서 납부 의무를 면하게 된 것은 절차적인 문제일 뿐. 상속 개시 당시에 갚아야 할 공과금(세금)이었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으므로, 이는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되어야.
심급별 비교 (1심 vs 2심)
| 구분 | 1심 (서울행정법원) | 2심 (서울고등법원) |
|---|---|---|
| 판단 기준 | 실질적 부담 여부 중시 | 상속 개시 당시의 법적 의무 중시 |
| 핵심 논리 | 상속인들이 결과적으로 양도세를 한 푼도 안 냈으므로, 공제해 줄 빚도 없다. 실제 부담하지 않은 채무를 공제하면 과세 형평에 어긋난다. | 양도소득세 납세의무는 2007년 말에 이미 법적으로 성립했다. 나중에 시효가 지나 안 내게 된 것은 우연한 사정일 뿐, 사망 당시 빚이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 결론 | 원고 패소 (상속세 부과 정당) | 원고 승소 (상속세 부과 취소) |
정리
이 사건에서 상속인들에게 남아있는 상속재산이 없어서 양도소득세 채무를 징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상속인들이 유류분 소송으로 일부 재산을 상속하게 되자, 과세관청이 이를 징수하려고 한 것이구요.
다만 유류분 소송이 상당히 장기화되었고, 과세관청의 행정 실수까지 겹쳐서 제척기간이 지나버린 것 같습니다.
결국 상속인 입장에서는 상속받은 것이 없어도 유류분을 통해 일부 회복하고, 상속세도 상당 부분 내지 않게 되어 경제적으로 상당한 이득을 얻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