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인이 아닌 제3자(손자녀, 며느리, 형제자매 등)에게 이루어진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1년 이내의 것만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악의)’ 증여했다면, 1년보다 훨씬 이전의 증여라도 반환 대상이 됩니다.
아래 사안은 1심에서 가해의 인식이 없다는 전제 하에 유류분 청구가 기각되었으나, 2심과 3심을 거치며 결론이 뒤집힌 사례입니다.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다232585 판결 유류분반환)

목차
1. 사실 관계
이 사건은 20년 넘게 연락이 두절되었던 피상속인의 딸(원고)이 고모(피고)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 가족 관계: 망인은 2001년 이혼 후 딸(원고)과 20여 년간 연락 없이 지냈습니다. 망인의 여동생인 피고(고모)가 망인을 병간호하며 돌보았습니다.
- 제1차 증여 (2013년, 상가): 망인은 사망하기 6년 전인 2013년, 본인 소유의 상가를 여동생(피고)에게 증여했습니다.
- 제2차 증여 (2017년, 아파트): 망인은 사망하기 2년 전인 2017년, 거주하던 아파트를 여동생(피고)에게 매매 형식으로 이전했습니다(실질은 증여).
- 상속 개시 (2019년): 망인이 사망했을 때 남은 재산은 거의 없었습니다. 유일한 상속인인 딸(원고)은 고모(피고)를 상대로 위 상가와 아파트에 대한 유류분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2. 제1심 판결: 원고(딸) 전부 패소
– 서울동부지방법원 2023. 10. 11. 선고 2022가단138185
1심에서는 유류분 반환 의무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가해의 인식(악의) 부정
망인이 피고에게 재산을 넘긴 것은 유류분을 침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병원비와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상가 임대료와 아파트 처분 대금은 망인의 치료비와 장례비 등으로 사용되었으므로,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증여(악의의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권리남용)
법원은 원고가 20년간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가족으로서의 실질이 형해화된 상태에서, 병든 아버지를 돌본 고모에게 재산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3. 대법원(항소심) 판단
– 서울고등법원 2023나2047887 / 대법원 2024다232585
신의칙 위반 주장의 배척 (2심)
2심 법원은 원고가 연락을 끊게 된 배경에 부모의 이혼과 방임이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신의칙 위반 주장을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약간 이례적으로 수위를 높여 이를 지적하였습니다.)
망인과 원고 사이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있을 법한 정서적 애착이 없거나 그에 따른 사회생활상의 교류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유류분권리자의 반환청구권 행사를 제한할 사정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쌍방의 주장에 의하면, 원고는 중학교 1학년(14세) 무렵인 1990년경 어머니인 D와 아버지인 망인이 별거를 시작함에 따라 어머니와 살게 되면서 아버지인 망인의 보살핌 내지 부양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성년이 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부모에게 있고,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아버지인 피고로부터 사실상 버림받은 채 살아왔다고 할 것이므로, 그런 원고가 나중에 병든 아버지를 돌보지 않았다고 비난하면서 신의칙 위반을 내세우는 피고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가해의 인식’에 대한 판단 기준 (핵심 쟁점)
법원은 제3자 증여가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되기 위한 ‘가해의 인식’ 요건을 다음 두 가지로 구체화했습니다.
- 증여 당시 [증여 재산 가액 > 남은 재산 가액] 일 것.
- 장래 상속 개시일까지 재산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 예견될 것.
- 2017년 아파트 증여 (항소심에서 반환 인정): 증여 당시 망인은 소득 활동이 불가능했고 남은 재산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유류분 침해를 충분히 예견했다고 보아 반환을 명했습니다.
- 2013년 상가 증여 (대법원에서 반환 인정 취지 파기환송): 이 부분도 대법원에서 인정되었는데, 항소심에서 상가 가액을 총액 1억 3천만 원으로 오인하여, 당시 남은 재산(아파트 1억 3천만 원)과 비슷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상가 토지 가격은 총액이 아니라 ‘평당’ 1억 원이었습니다. 이를 적용하여 계산하면 당연히 증여한 상가 가액은 남은 재산(아파트)의 가치를 초과합니다.
4. 정리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이루어진 증여라도, 아래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증여 당시 재산 상태를 기준으로,
① 남은 재산보다 < 증여 재산이 많고
② 향후 재산 증가 가능성이 없다면 악의의 증여로 보아 반환 대상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