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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 소송
부모가 생전에 미리 재산을 물려주었더니 자식이 부모를 등한시한다면 할 수 있는 소송인데요. 실제로 연예인 S의 할아버지 A가 S를 상대로 낸 ’불효(不孝) 소송’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A는 손자 S가 효도를 하겠다고 해서 자신의 땅을 물려줬는데 이후부터 연락도 끊기는 등 ’효도 사기’를 당했다며 땅을 돌려 달라고 했습니다. 위 사건은 A가 “손자를 오해했었다”며 소송을 취하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되었지만, 이 같은 ’불효 소송’은 꾸준히 법원에 접수되고 있습니다.
민법의 증여
민법 제556조에 따르면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수증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①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1.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2.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
② 전항의 해제권은 해제원인있음을 안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거나 증여자가 수증자에 대하여 용서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소멸한다.
전3조의 규정에 의한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만일 부모와 자식 사이에 증여 계약만 하고 아직 증여에 따른 등기 이전 등이 되지 않은 경우라면 증여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법 제558조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해제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이미 등기 이전을 했거나 현금을 지급하는 등으로 증여 행위가 이행이 된 경우라면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게 됩니다.
문제는, 자녀가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기로 약속만 한 상태에서는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불효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아직 자신의 재산이 되지도 않은 상태이니 그렇겠지요. 이로 인해서 민법 558조에 대한 많은 지적이 있습니다.
증여의 조건이 있다면? (=부담부 증여)
증여에 부양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던 경우라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를 조건부증여 또는 부담부 증여라고 합니다.
즉, 자식이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부모는 이미 등기 이전으로 이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전에 증여한 재산에 대해서 불효를 이유로 돌려받고자 한다면, 증여 당시 특정한 조건 하에 증여하였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효도 조건’을 명시한 각서가 있으면 부모가 유리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가족 문화의 특성상 아직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각서를 받아둔다는 것이 어색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불효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에는 서면과 같은 증거가 필요합니다.
불효 소송의 승소 사례
사례1
아버지 H는 아들 K가 결혼한 이후에 결혼하자 집을 사주고 식당도 차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갈등이 생겼습니다. 아버지가 며느리를 혼낼 때마다 아들이 며느리 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H는 “족보에서 너를 파버리겠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 H가 소유한 식당에서 일하던 아들 K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였고, 갈등이 쌓여가면서 아버지 H가 아들 K를 때리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아들 K는 아버지 H와의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 H는 아들을 상대로 ’내 돈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아버지 H는 아들에게 돈을 건네주면서 ’효도 각서’를 쓰게 했었습니다.
‘자식으로서의 기본적 의무를 하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돈을 반환한다’
재판부는 1년 넘게 연락을 끊은 건 자식의 기본 도리조차 지키지 않은 불효이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하겠다는 효도 각서에도 위반된다면서 돈을 반환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아들 K는 “아버지가 욕하고 때린 게 근본 원인”이라고 했지만 법원은 “그렇더라도 기본적인 의무는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사례 2
아래는 판례의 판시 사항을 간략하게 옮긴 것입니다. (서울고등법원 2015. 8. 20. 선고 2015나2014073 판결, 상고기각)
부는 교회의 성직자로서, 해외출장이 잦은 아들에게 항상 아들의 출국 직전 및 입국 직후에 직접 대면하여 기도함
모는 2007년 이래로 허리디스크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아들 부부 및 그 아들은 이 사건 주택 1층에 살면서 그 2층에 사는 부모와 함께 식사를 하는 등 공동생활을 영위하지 않았음. 부모의 가사는 주로 주중에 출퇴근하는 가사도우미 및 모가 맡아서 함
모는 건강이 급속도록 악화되어 2013. 11.경에는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정도가 되었는데 아들 부부는 간병하지 않았고, 모의 수발은 부 및 인근에 거주하는 부모의 딸, 가사도우미가 함. 아들은 부모를 자주 찾아가지도 않음
아들는 2013. 11.경 부모에게 고급 요양시설에 입원할 것을 권유하였는데, 부는 아들가 같은 주택 1층에 살면서도 모를 간병하지 않았는데 요양시설에 보낸 후에는 요양시설로 찾아오지도 않을 것 같아 서운함을 느낌
부는 이미 증여한 토지 및 건물을 교회를 위해 사용하고자 하였지만, 아들의 회사를 위해 담보 제공되어 있어 어렵게 되자, 아들에게 위 부동산을 다시 돌려주면 매각한 후 남는 자금으로 부모가 살 집을 마련할 것이니 반환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아들는 “당신이 신부야? 천년만년 살 것 아닌데 아파트가 왜 필요해. 신부 맘대로 한번 해보시지”라고 말하는 등 막말을 함
부모는 딸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는데, 아들는 부모가 살던 주택의 창문 유리창을 깬 후 이를 수리해 놓지 않았고(고의인지는 불분명), 당시 이 사건 주택 2층에는 부의 가구, 집기 등이 여전히 남아 있었는데, 유리창을 깬 상태로 그대로 방치해 두어 부의 가구 등이 분실, 도난될 위험에 처했음.
아들은 부모가 걸어놓았던 아들과 손자 사진 가져가 버림
부양의무 있는 친족 사이 아니라면
조카의 아들에게 자신을 부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토지를 증여했는데, 부양을 하지 아니하여 증여해제를 주장한 사안에서,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결하였습니다. 부양의무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고, 이행된 부분도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법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되어 있는 ‘부양의무’라 함은 민법 제974조에 규정되어 있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간의 부양의무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이 사건과 같이 위와 같은 친족간이 아닌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한 부양의무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부담부증여에는 민법 제556조 제2항이나 민법 제558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3358 판결)
부담부 증여는 서면 작성 아니어도 부담부분 이행시 해제 불가
증여는 원칙적으로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하면 해제할 수 있는데, 부담부 증여에서 수증자가 부담부분을 이미 이행했다면 해제 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하였습니다. 불효소송의 반대라고 할 수 있는데, 증여자가 ‘나를 부양하면 땅을 주겠다’고 한 뒤(계약서는 작성 안함) 수증자가 부양을 해오고 있었는데, ‘서면에 의하지 아니하였으니 해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관련 판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부담부증여에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각 당사자는 원칙적 으로 민법 제555조에 따라 부담부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부담부증여계약에서 증여자의 증여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에는, 그러한 부담이 의례적ᆞ명목적인 것에 그치거나 그 이행에 특별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는 부담 없는 증여가 이루어 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당사자가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임을 이유로 증여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본소), 2021다299983(반소)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