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과 상속세가 함께 얽히는 사건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상속인이 자신이 전부 물려받은 것으로 알고 상속세를 모두 납부하였는데, 이후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패소하여 재산 일부를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반환하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때 유류분반환의무자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됩니다. 자신의 재산으로 알고 상속세를 모두 납부하였는데, 그 재산의 일부를 유류분권리자에게 다시 내어주면서도 이미 납부한 세금은 세무서로부터 곧바로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유류분을 반환한 사람은 자신이 대신 부담한 셈이 된 상속세를 유류분을 받아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을까요. 아래에서는 다음 쟁점을 최근 하급심 판결을 통해 살펴봅니다.
- 유류분 소송 안에서 상속세를 공제·상계받을 수 있는지
- 유류분 반환 후 별도의 상속세 구상금 청구가 가능한지
- 상속세 구상권은 언제 발생하는지, 경정처분은 왜 중요한지
- 상속세 구상금의 분담비율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 지연손해금(법정이자)은 언제부터 기산되는지
목차
사안의 개요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판결의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피상속인(망인)이 2015. 12. 사망하였고, 상속인으로 배우자와 여러 자녀가 있었습니다.
② 망인은 생전에 자녀 중 1인(원고)에게 부동산을 유증하였고, 원고는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③ 원고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이 사건 상속세 합계 약 17억 원을 전부 납부하였습니다.
④ 이후 다른 상속인들(이 사건의 피고 등)이 원고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승소하였고, 그 판결이 확정되어 원고는 이들에게 유류분을 반환하였습니다.
⑤ 그러자 원고는 자신이 전액 납부한 상속세 중 유류분을 반환받은 상속인들의 부담부분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즉, 상속세를 전부 낸 유류분반환의무자(원고)가 유류분을 받아간 상속인(피고)을 상대로 “당신 몫의 상속세까지 내가 냈으니 그만큼 돌려달라”고 청구한 사건입니다.

쟁점 1. 유류분 소송에서 이미 낸 상속세를 공제(상계)받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유류분반환의무자가 유류분 소송 진행 중에 “반환할 유류분 금액에서 내가 낸 상속세를 공제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유류분 소송 안에서 이러한 공제(상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 법리에 대해서는 서울고등법원 2023. 4. 20. 선고 2021나2044594 판결에서 아래와 같이 자세히 판시한 바 있습니다.
① 증여세와 상속세는 부과과세방식으로 납세의무가 확정되므로, 피고가 종전에 확정된 상속세를 납부하였더라도 이는 조세법령에 따라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납부한 것에 불과하다. 원고를 대신하여 납부한 것이 아니다.
②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면 그 유류분을 침해하는 증여·유증은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판결 확정으로 상속재산이 다시 구성되는 과정에서 상속세 과세표준 자체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③ 유류분권리자는 반환받은 재산이 소급적으로 상속재산을 구성하게 되므로 재구성된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새롭게 산정·부과된 금액을 상속세로 납부하여야 한다. 유류분의무자 역시 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④ 경정청구가 가능하더라도 그 청구만으로 곧바로 납세의무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과세관청이 경정처분을 하여야만 납세의무 확정의 효력이 생긴다(대법원 2003. 6. 27. 선고 2001두10639 판결 등 참조). 경정처분 이전까지는 종전 부과처분의 효력이 유지되어 피고가 낸 세금은 여전히 자신의 납세의무를 이행한 것일 뿐이다.
⑤ 원고 역시 반환받은 재산에 대하여 상속세를 납부하여야 하므로, 피고의 상속세 납부로 인하여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
즉, 유류분 소송이 진행되는 단계에서는 세금을 이유로 반환액을 줄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유류분반환의무자로서는 이 국면에서 세금 문제를 접어두고 유류분 방어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쟁점 2. 유류분 반환 후 별도의 상속세 구상금 청구는 가능할까
그렇다면 유류분반환의무자는 이미 납부한 상속세를 회수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도 유류분 소송 안에서의 공제(상계) 주장을 배척한 것일 뿐, 세금 회수의 길 자체를 막은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상속세가 공동상속인들의 연대납세의무라는 점에 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인·수유자가 각자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기준으로 한 비율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할 고유의 의무를 지는 동시에,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세에 관하여도 자신이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세기본법 제25조의2는 연대납세의무에 관하여 민법의 연대채무 규정(제425조 등)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출재로 조세채무를 공동면책시킨 연대납세의무자는 다른 연대납세의무자에게 그 부담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법리에 따라 법원은, 상속세 전액을 출재하여 다른 상속인을 공동면책시킨 원고가 다른 상속인(피고)에게 그 부담부분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 구상금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즉, 유류분 소송 안에서의 상계는 허용되지 않지만, 유류분 확정 후 연대납세의무자 사이의 구상 법리에 따른 별도의 상속세 구상금 청구는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쟁점 3. “내 세금을 납부한 것일 뿐”이라는 항변은 경정처분 이후에는 통하지 않는다
경정처분 이전에는 “상속세는 부과처분으로 납부의무가 확정되는데, 원고가 유류분 판결 확정 전에 납부한 상속세는 조세법령에 따라 부과된 원고 자신의 세금을 납부한 것이지 피고를 대신하여 납부한 것이 아니므로, 구상권이 인정될 수 없다”는 논리가 통했습니다.
그러나 경정처분 이후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법원의 판단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유류분반환청구권 행사로 증여·유증이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하므로, 피고가 반환받은 재산은 소급하여 망인의 상속재산을 구성하고, 피고는 이를 기준으로 새롭게 산정·부과된 금액을 상속세로 납부할 의무가 있다.
- 과세관청은 유류분 판결을 반영하여 상속인별 상속지분을 변경하는 경정처분을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과세관청에 더 이상 납부할 세액이 없게 되었다.
- 원고가 자신의 상속지분을 초과하여 기납부한 부분에 대해 환급을 청구하더라도 과세관청은 이를 환급해 주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피고는 원고의 상속세 납부로 자신의 상속세 납부의무를 면하는 이익을 얻은 것이다.
- 따라서 원고가 유류분 판결 확정 및 경정처분 이전에 자신의 지분을 초과하여 상속세를 납부함으로써 생긴 원·피고 사이의 불공평은 연대납세의무자들의 내부관계(구상)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정리하면, 경정처분을 통해 유류분 반환의 결과가 세무상으로도 확정되면 “내 세금을 납부한 것일 뿐”이라는 항변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무상 유류분반환의무자가 상속세 구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기 위하여 판결 확정 후 경정청구·경정처분 절차를 밟아 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쟁점 4. 상속세 구상금의 분담비율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는가
구상권이 인정되더라도 **피고가 얼마를 부담하여야 하는지(분담비율)**가 문제됩니다.
연대채무자 사이의 ‘부담부분’은 내부관계에서 출재를 분담하기로 한 비율을 의미하는데, 국세기본법상 연대납세의무의 구상에서는 부담부분의 균등 추정에 관한 민법 제424조가 준용되지 않으므로, 별도 약정이 없는 한 납세의무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와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인 이익의 귀속 등을 고려하여 정해집니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28097 판결 등 참조).
통상적으로 경정처분으로 변경된 각 상속인의 상속지분을 기준으로 분담비율을 정하게 됩니다. 위 사건에서는 유류분권리자의 상속지분이 당초 약 0.9%에서 약 6.4%로 변경되었습니다. 1심에서는 당초 상속지분을 기초로 계산한 구상금만 인정하였는데, 항소심에서는 변경된 6.4% 지분을 기준으로 약 9,700만 원(97,309,897원)을 추가로 인정하여, 합계 약 1억 1,300만 원의 상속세 구상금이 인정되었습니다.
다만 위 판단에 대해서는 상속전문변호사로서 약간의 의문이 있습니다.
가령 1억 원을 단독으로 상속받으면 공제를 고려하지 않을 때 상속세는 1천만 원입니다. 그런데 공동상속인과 함께 100억 원을 상속받았는데 그중 1%(1억 원 상당)만 내 지분이라고 할 때, 위와 같이 계산하면 내가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는 전체 상속세 약 45억 원의 1%인 4,500만 원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는 현행 상속세가 피상속인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입니다. 아직 위 지점을 본격적으로 다툴 만한 사건은 접해보지 못하였으나,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쟁점 5. 상속세 구상금의 지연손해금은 언제부터 기산되는가
구상액에는 공동면책이 있었던 날 이후의 법정이자가 가산되는데(민법 제425조 제2항), 그 ‘면책일’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위 사안에서는 구상금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기산점을 달리 판단하였습니다.
- 당초처분으로 이미 피고의 구체적 납세의무가 확정되어 있던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가 원고의 상속세 납부일에 면책되었으므로 그 납부일 다음 날부터 이자 발생
- 유류분 반환으로 인해 새롭게 확정된 추가 구상 부분에 대해서는 경정처분일 다음 날부터 이자 발생
그러나 위 판단은, 공동상속인 중 1인이 정당한 상속세액 전액을 납부하면 그 납부 시점에 공동면책이 발생한다고 본 아래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그대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됩니다.
실무상 정리 : 유류분 반환 후 상속세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유류분을 반환하게 된 상속세 납부자가 이미 납부한 세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다음 순서를 밟는 것이 안전합니다.
- 유류분 소송 진행 중 : 상속세 공제(상계) 주장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이 단계에서는 유류분 방어 자체에 집중합니다.
- 유류분 판결 확정 후 : 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에 관할 세무서에 경정청구를 하고, 과세관청의 경정처분을 통해 유류분 반환의 결과가 세무상으로도 확정되도록 합니다. 경정처분이 이루어지면 “내 세금을 납부한 것일 뿐”이라는 상대방의 항변을 극복하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 별도의 상속세 구상금 소송 제기 : 연대납세의무자 사이의 구상 법리(민법 제425조)에 따라 유류분을 반환받은 상속인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합니다. 이때 분담비율은 유류분 판결이 반영된 경정처분상 상속지분을 기준으로 산정될 수 있고, 지연손해금은 부분에 따라 납부일 또는 경정처분일을 기준으로 나누어 계산됩니다.
결국 이 판결은, 유류분 소송 안에서는 막혔던 상속세 회수의 길이 경정처분을 매개로 한 별도의 민사 구상금 청구를 통해 열릴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유류분과 상속세가 얽힌 분쟁에서 반환의무자의 권리 구제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상 의미가 큽니다.
유류분 소송에서 패소하였다고 하여 상속세 문제까지 모두 확정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닙니다. 유류분 반환 후 경정청구, 경정처분, 상속세 부담비율, 구상금 청구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하여야 비로소 최종적인 법률관계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유류분을 반환받으면 상속세를 다시 내야 하나요? 네. 유류분권리자가 반환받은 재산은 소급하여 망인의 상속재산을 구성하므로, 유류분권리자도 재구성된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새롭게 산정된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Q. 유류분 소송에서 이미 낸 상속세만큼 반환액을 깎아달라고 할 수 있나요? 아니요. 법원은 유류분 소송 안에서 상속세를 이유로 한 공제·상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세금 문제는 유류분 판결이 확정된 뒤 별도로 해결하여야 합니다.
Q. 이미 낸 상속세를 다른 상속인에게 돌려받을 방법이 있나요? 있습니다. 유류분 판결 확정 후 경정청구·경정처분을 거치면, 연대납세의무자 사이의 구상 법리에 따라 유류분을 반환받은 상속인에게 상속세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상속세 구상권은 언제 행사할 수 있나요? 유류분 판결을 반영한 과세관청의 경정처분으로 상대방의 상속세 부담부분이 확정된 이후에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