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잔금을 치르기 전에 매도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상속인들은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본인 명의의 ‘상속등기’를 생략하고 곧바로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방식을 취하곤 합니다.
하지만 주의하셔야 합니다. 민법상 허용되는 절차라 하더라도, 세법상 수십억 원의 ‘배우자 상속공제’ 혜택을 받지 못해 상속세를 추가 부담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두44061 판결 [상속세부과처분취소])

목차
부동산 상속등기 생략 사실 관계
① 피상속인의 매매계약 및 사망: 망인이 생전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잔금 전 사망.
② 상속인들의 소유권 직접 이전: 피상속인의 매매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상속인들 명의의 상속등기를 거치지 않고 매수인에게 직접 소유권이전등기 처리.
③ 상속세 신고: 상속인들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재산을 나누었다고 전제하고, 약 21억 9천만 원의 ‘배우자 상속공제’를 적용하여 상속세 신고.
④ 과세관청의 상속세 추가 부과: 관할 세무서장은 해당 부동산이 배우자 명의로 상속등기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우자 상속공제액을 최소 보장 금액인 5억 원으로 대폭 감액하여 상속세 추가 부과.
⑤ 매매 대금의 흐름: 부동산 잔금은 2019년 9월 자녀의 계좌로 입금되었고, 법정 배우자상속재산분할기한(2020.1.31.)이 지날 때까지 자녀 계좌에 있다가 2020년 4월이 되어서야 배우자 계좌로 일부 이체됨.
실무 팁: 상속등기 없이 매수인에게 바로 등기 가능할까?
법원행정처 등기선례(제6-216호) 및 부동산등기법 제27조(포괄승계인에 의한 등기신청)에 따르면, 부동산 매매계약 후 등기 전 매도인(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 예외적으로 상속등기 없이 상속인이 매수인에게 바로 소유권이전등기(이른바 중간생략등기)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상속등기를 생략했다고 해서 취득세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상속인들은 상속에 따른 취득세를 여전히 납부하여야 합니다.
핵심 쟁점: 상속등기 생략 시 배우자 상속공제 적용 여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상속재산 분할 시 상속등기를 생략한 채 매수인에게 직접 소유권을 이전한 경우에도, 상속세법상 배우자 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입니다.
- 원고(상속인)의 주장:
민법상 상속에 의한 부동산 취득은 등기를 요하지 않으며, 부동산등기법도 포괄승계인(상속인)이 매수인에게 직접 등기를 넘겨주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취득세 등 관련 세금도 정상 납부하여 조세 회피 목적이 없었으므로, 배우자 상속공제를 인정해야 한다. - 피고(과세관청)의 주장:
상속세법은 배우자 상속공제 요건으로 “등기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등기 등이 된 것에 한정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배우자 명의로 상속등기가 완료되지 않았으므로 법률의 명문 규정상 수십억 원의 공제 혜택을 줄 수 없다.
관련 법조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9조 제2항 (배우자 상속공제)
… 배우자 상속공제는 상속세과세표준신고기한의 다음날부터 9개월이 되는 날까지 배우자의 상속재산을 분할(등기ㆍ등록ㆍ명의개서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등기ㆍ등록ㆍ명의개서 등이 된 것에 한정한다.)한 경우에 적용한다. 이 경우 상속인은 상속재산의 분할사실을 배우자상속재산분할기한까지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대법원의 판단: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상속등기 필수 요건
대법원은 원고(상속인)들의 상고를 기각하며, 상속세를 부과한 과세관청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확정했습니다. 핵심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조세법률주의와 입법 취지 (편법 증여 방지)
배우자 상속공제는 부부간 부의 이전에 대해 세금을 유보해 주는 제도로 혜택이 매우 큽니다.
- 상속재산을 미분할 상태로 두어 배우자 상속공제만 크게 받은 뒤, 실제로는 은밀히 자녀에게 재산을 넘겨주는 조세회피 행위를 막기 위해 반드시 실제 배우자 앞으로 상속등기가 완료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았습니다.
② 부동산등기법상 편의와 상속세법 요건의 명확한 구별
부동산등기법에서 상속인의 직접 등기신청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등기 절차상 ‘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합니다.
- 사법상 편의 규정이 있다고 해서,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세법에서 엄격하게 요구하는 ‘배우자 명의 상속등기’ 요건이 면제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변호사의 시선: 상속인들 입장에서는 국가(등기소)가 허용한 합법적인 방법을 사용했을 뿐인데, 다른 제도인 상속세법에서 이를 꼬투리 잡아 수십억 원의 불이익을 준 것을 납득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③ 상속재산 분할신고의 법적 성격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법리를 일부 교정했습니다. 과세관청에 제출하는 분할신고 규정은 상속인에게 부여된 단순한 ‘협력 의무’일 뿐, 공제를 받기 위한 ‘필수적 요건’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 항소심 법원은 ‘분할신고’를 안 한 것도 공제를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분할신고 여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입니다. (하지만 등기 요건을 채우지 못해 결과적으로 패소했습니다.)
상속 전문 변호사의 정리 및 주의사항
이번 사건은 상속인들 입장에서 매우 억울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부동산등기제도가 허용한 편리한 방식대로 매수인에게 등기를 넘겨주었을 뿐인데, 상속세법의 엄격한 잣대에 걸려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등기를 거치지 않을 경우, 명목상으로만 배우자가 상속받은 것으로 꾸며 공제를 받고 실질적인 매매 대금은 자녀가 챙기는 방식의 편법 증여를 규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법문 역시 “등기가 필요한 재산은 등기된 것에 한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상속인이 부동산을 매도하고 잔금을 받기 전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된 경우, 절차적 번거로움과 등기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반드시 기한 내에 ‘배우자 명의로 상속등기’를 마친 후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야 배우자 상속공제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음을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