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판결 요점]
- 기준 시점: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증여나 유증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지 않았더라도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해요.
- 판단 기준: 수증자가 권리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유증 사실을 숨기고, 유언집행자로서 해야 할 일까지 게을리하다가 10년이 지난 뒤에야 등기를 마쳤다면,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 될 수 있어요.
- 실무 시사점: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지 마세요. 은폐 경위, 유언집행자의 의무 위반, 권리를 알게 된 뒤 곧바로 대응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해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형제들과 함께 상속받은 땅이라고 믿고 수년 동안 세금을 내고 임대료도 받아 왔는데, 어느 날 등기부를 떼어 보니 다른 형제 이름으로 소유권이 넘어가 있습니다. 확인해 보니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그 형제에게 전 재산을 물려준다는 유언공정증서가 이미 작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이 이미 지나 있었고, 상대방은 “유류분 청구 기간은 이미 끝났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증 사실을 일부러 숨겨 상대방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해 놓고, 나중에 시효 완성을 내세우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사건의 사실관계
① 망인의 유언공정증서 작성: 사망 약 1개월 전, 전 재산인 부동산을 자녀 중 피고 2명에게 유증. 피고 1을 유언집행자로 지정.
② 상속 개시와 유증 사실 미고지: 2006년 9월 망인 사망. 피고들은 원고 등 다른 상속인에게 유증 사실을 알리지 않음.
③ 원고의 소유자로서의 권리 행사: 2009년부터 임차인에게서 직접 차임 수령, 2010년부터 재산세 대부분 납부. 원고는 공동상속인이라고 믿고 있었음.
④ 상속개시 10년 후의 이전등기: 2017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피고들이 유증을 원인으로 차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
⑤ 원고의 즉각적인 대응: 등기 사실을 안 직후 처분금지가처분과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 확정. 이후 유류분반환청구 소송 제기.
⑥ 원심의 청구 기각: 상속개시 후 10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시효 항변이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법원의 핵심 판단
1. 원칙: 등기가 없어도 10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
대법원은 먼저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민법 제1117조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증여나 유증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상대방 명의로 등기가 넘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간 계산이 미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2. 예외: 시효 주장도 신의칙이 적용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 따라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 또는 그런 조치가 필요 없다고 믿게 한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3. 이 사건에서 주목한 사정
- 유증 사실을 알기 어려웠던 구조: 사망 직전에 다른 상속인들을 배제한 채 유증이 이루어졌으므로, 피고들이 알려주지 않는 한 원고는 그 사실을 알기 어려웠음
- 원고의 행동: 차임을 받고 재산세를 내는 등 원고는 자신이 공동상속인이라고 믿고 행동
- 즉각적인 대응: 등기 사실을 알자마자 곧바로 가처분과 소송에 나섰다는 점에서, 원고가 10년 안에 유증 사실을 알았다면 바로 권리를 행사했을 것으로 보았음(가정적 의사)
- 은폐의 의도: 피고들 스스로 알리지 않았다고 인정했고 당사자 사이도 좋지 않았던 점을 보면, 권리행사를 막으려고 일부러 숨겼다고 볼 여지가 있음
- 유언집행자의 의무 해태: 피고 1은 재산목록을 작성해 상속인들에게 교부하지 않았고(민법 제1100조), 10년이 넘도록 이전등기도 하지 않았으며, 차임 추심이나 재산세 납부 같은 재산 관리도 하지 않았음(민법 제1101조, 제1103조).
대법원은 이런 사정이 사실이라면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고,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에도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실무 팁 및 변호사의 조언
첫째,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곧바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10년의 기간은 원칙이지만, 상대방이 유증이나 증여 사실을 숨겼다면 시효 항변 자체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예외적인 구제이므로, 단순히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의 방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둘째, 상속인으로 행동해 온 흔적을 확인하십시오.
재산세 납부 영수증, 차임 수령 내역, 임차인과 주고받은 연락, 부동산 관리 기록은 상속재산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 주는 핵심 자료입니다. 상대방이 이를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도 함께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유언집행자의 의무 위반을 확인하십시오.
유언집행자가 지정되어 있었다면 재산목록 교부, 이전등기, 차임 추심과 재산 관리 같은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처럼 수증자가 유언집행자를 겸하면서 이런 의무를 게을리했다면 은폐 의도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알게 된 즉시 법적 절차에 착수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등기 사실을 안 직후 가처분과 소송에 나선 점은 대법원이 중요하게 평가한 사정입니다. 사실을 알고도 시간을 끌면 신의칙 주장이 약화됩니다.
